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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초산 자연분만, 진통부터 출산 후기(무통X, 제모X, 관장X)

by 보건교사유디 2023.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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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 메모장에 틈틈이 적어두었던 출산 기록을 블로그에도 남겨봅니다.

분만하러 병원에 도착한 이후의 내용은 출산 후에 잊지 않으려고 병원에서 이어서 기록한 일기입니다.

갓 태어난 아기를 안고 있는 보건교사유디
아기와 나의 첫만남


D-6 

산부인과 정기검진을 받았다.

 

지난 3주간 태동검사를 할 때마다 애기가 잘 안 논다고 중간에 사탕도 먹고, 1시간을 검사했던 것 때문에 오늘은 병원 올라가기 전 1층에서 아이스티를 한껏 삼키고 병원에 올라갔다.

겸댕이도 아이스티를 좋아하는지 아주 태동파티파티로 처음으로 아기가 잘 안 논다는 얘기 없이 태동검사를 마쳤다!!

 

아니 근데 집에서 배가 돌처럼 굳고, 얼굴터질듯이 숨쉬기 힘들게 수축도 왔었는데 왜 병원에서 태동검사할 때는 잔잔한지..?

 

원래 계획은 내가 먼저 태동검사를 하고 있으면 오빠가 와서 같이 진료실 들어가는 거였는데, 한방에 태동검사를 성공하면서 나 혼자 진료실에 들어가게 되었다.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지만 첫 내진,,너무 아팠다.

 

나는 오늘 겸댕이 나오는 줄 알고 덜덜 떨면서 병원 가고, 오빠한테 짐 가지고 올 준비하고 있으라 했더니만 의사 선생님이 자궁문 1도 안 열렸다고 한다🥸??

 

아무 일 없이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오빠랑 집에 올라갈 때 같이 계단으로 올라갔다..+코스트코 걷기운동

 

D-5

00:28 이슬? 내진혈? 비침

태동이 아주 씩씩하다! 

배에 팔올리고있는데  팔이 들릴만큼 겸댕 힘이 쎄졌다🙊

 

D-1 

아무 소식이 없는 것 같은 겸댕?? 아침에 일어났는데 골반으로 더 내려온 건지 뚝뚝거리고 관절에서 딱 소리가 남. 다리가 떨어져 나갈 것 같이 가랑이가 뻐근하고 아픔

 

아침엔 콩나물국에 밥 말아먹고 점심엔 콘푸로스트 먹고, 저녁엔 참김과 돈가스정식(치돈+쫄면)에 찹쌀꽈배기 세트 시켜서 엄청 먹음

 

8pm 이슬 비침(팬티에 피살짝+휴지에 엷게 피색 섞인 점액) + 가진통 시작?(생리통처럼 아랫배랑 허리가 싸르르 아프면서 배가 땅땅하고 숨쉬기 어렵게 아픈 느낌. 40-60초 정도 지나면 멀쩡해짐)

 

 

 

 

D-day 

겸댕이 오늘 나오려나?!

어제 이슬 비친 이후부터~지금(02:30)도 10분 정도 간격으로 진통이 있는데, 잘까 말까 고민이 된다😂

일단 오빠는 먼저 자라고 재웠는데 피곤했는지 코 골며 잘 잔다,,

 

혼자 진통올 때마다 자세를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ㅠㅠ진통이 지나가면 살겠다는 게 이 느낌이구나..!

 

원래 열두 시쯤에 겸댕이가 엄청 노는데 오늘은 움직임이 없길래 걱정했더니 지금 태동폭발이다.. 다행,, 그러나 아픔,,

오늘이 겸댕이를 내 뱃속에서 느낄 수 있는 마지막날일 것 같은 예감이 든다ㅠㅠ갑자기 서운한 마음도 들고ㅠㅠ벌써 독립시키는 기분이😭 겸댕아 널 품는 기간 내내 엄마는 너무 행복했어 고마워❤️건강하게 만나자!! 엄마도 힘낼게, 겸댕이도 좀만 더 힘내!

 

3:13 배에서 퍽 소리 남,,? 진통이 7분 간격이 되었다. 거울 보니까 배가 더 텄다🥲

4:26 진통이 6분 간격, 진통 오면 배랑 허리가 아작 날 것 같다.

5:45 진통이 5분 간격

6시 오빠 씻으라 했다. 병원 가야 될 것 같다.

 

7시쯤 병원도착, NST 수축이 40? 정도로 일정 간격 찍히는 게 보이는데 80은 넘어야 되는 거 아닌가, 아직 아기가 나오려면 멀었나 생각이 드는 순간 80 40 번갈아 찍힘.

NST 30분 정도 본 다음 의사 선생님 내진(마침 내 담당선생님이 당직이셨다..!) 

 

내진 결과,,8cm 열렸다고..🥸?!?!?!?????!??!!

 

너무 많이 열려서 계획했던 무통, 관장 생략하고 진행되는데, 진통이 올 때마다 소름 끼치게 배랑 허리가 아프다.

간호사 선생님이 똥 마려운 느낌이 들면 부르라 하는데, 수출올 때마다 똥 싸고 싶은 느낌 들어서 불렀더니 내진하고 9cm이라 한다.. 발 밑에서는 분만 기구들 준비 중이고, 나는 수축이 올 때마다 힘주라 해서 오빠 손을 잡고 힘을 줬다.

 

9시쯤 간호사 선생님들이 나갔다가 조금 뒤 다시 오시더니, 수축 오면 힘줘보라고 하면서 간호사선생님이 내진을 하면서 아기 잘 내려오라고 양수를 터뜨렸다. 통증 같은 건 없는데 느낌이 뭔가 꼬집어 뜯는 것 같았다. 몇 번 그런 느낌이 들다가 다리 사이로 뜨거운 물이 주룩 흘렀다. "어.. 뜨거워요" 했더니 양수가 터졌어요 산모님 이러는데 '간호사 선생님이 터뜨렸잖아요;' 혼자 생각했다.

이후로 확실히 수축간격이 훨씬 더 빠르고 강도도 세진 느낌이었다..

 

오빠가 옆에서 팔이랑 손을 잡아주는데, 오빠를 바라볼 힘도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진통을 겪고 숨 쉬고를 반복했다.아파서 정신이 없고, 힘주기 자세로 도저히 힘을 못 주겠는데, 힘을 주라고 한다. 

 

솔직히 몇 번 똥 싸듯이 힘주면 쑥 내려오는 줄 알았는데, 그 정도로는 어림도 없는 건지 진짜 내장 다 튀어나올 정도로 힘을 줘야겠다는 느낌으로 힘을 줘야 했다.. 관장도 안 해서 그렇게 힘줄 때마다 똥이 계속 나오는데ㅠㅠ간호사 선생님이 계속 닦아주고 까는 기저귀를 계속 갈아주면서 아기 머리 보인다고 힘주라고만 한다. 미안하고 민망한 마음도 들었지만, 그 순간에는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진짜 그냥 그럴 정신이 없다.

 

한 사람은 질입구를 넓히는 느낌으로 휘적거리면서 힘주라 하고 있고, 다른 한 사람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끌듯이 배마사지?를 했다. 배마사지 때문인지 진짜 수축이 바로바로 와서 잠깐 쉬고 싶은데 쉴 시간도 거의 없이 계속 힘주기를 해야만 했다.

 

정신이 들 때마다 '하나님 산도부터 겸댕이를 인도해 주세요, 겸댕이의 길을 인도해 주세요', '겸댕아 좀만 더 힘내.'하고 계속 계속 맘속으로 기도하고 외치면서 힘을 줬다.

 

진짜 정신이 하나도 없고, 나 이러다 어떻게 될 것 같다 싶을 때, 옆에서 오빠가 손을 잡아주는 게 그 상황에서는 굉장히 큰 지지체계였다.. 힘주기 할 때 머리를 앞으로 세워야 하는데, 연습 좀 하고 갈 것을,, 나는 뒤로 힘주고 오빠가 머리를 세워서 받쳐줬다😂오빠가 중간중간 "잘하고 있어", "좀만 더 힘내자"라고 말해준 게 생각해 보니 참 고맙다.

 

중간중간 산소마스크 벗겨지면 다시 씌워주는데 진짜 그냥 얼굴에 얹어주기만 해섴ㅋㅋㅋ내가 정신없는 와중에 마스크 쓰려고 만지다가 진통 와서 제대로 쓰지도 못하고, 얼굴 위에 그냥 얹어진 채로 있었다ㅋㅋㅋ

 

(출산하고 나서 물어보니까 오빠가  힘줄 때 얼굴 터지는 줄 알았다고 했다, 그리고 머리 힘 진짜 쎄다고ㅋㅋㅋㅋ그렇게 얼굴로 힘을 많이 줘서 그런지 얼굴혈관 곳곳이 터져있고 왼쪽 눈 안쪽 혈관도 터졌다)

 

힘주기를 하다가 진짜 아기 머리가 끼는 느낌이 나는 순간이 딱 왔다. 이 전에 힘주기 도중에 아래를 분만대로 바꾼다고 다리 내리지 말라 하고 소독포를 깐다 했었다. 그리고 '애기가 곧 나오려나보다, 의사 선생님은 언제 오시려나?' 짧게 생각하고 수축이 계속 와서 힘주기를 하는데, 이제까지와 다른 느낌으로 뭔가 기구를 대면서 내진하는 느낌이 들면서 미끄덩한 게 쑥 빠져나갔다. 그리고 그 순간 진통이 싹 가셨다.

 

09:46 아기가 태어났다.

 

"흥에에ㅔ-" 겸댕이 소리가 들렸다. 너무 예쁜 소리였다..!!!

오빠가 눈물을 글썽이면서 울먹이는 목소리로 "아기 태어났어, 고생 많았어" 하는데 나까지 눈물이 났다. 보이지는 않지만 내 배 위에 올려진 겸댕이는 정말 뜨겁고 작고 몽글했다..

 

오빠가 첫 목욕을 시켜주는데, 배가 아파서 일어날 생각도 못 하고 있었는데, 겸댕이를 볼 생각을 하니 몸이 일어나졌다. 나도 이제 엄마가 됐구나 싶었다.

 

이제 다 끝났다 생각하고 있는데, 태반이 나와야 된다고 배를 만진다더니 수축이 뙇 와서 아기 낳을 때와 버금가게 아팠다.. 겸댕이 간단히 검사 후 내 품에 안겨줘서 겸댕이와 처음 인사를 했다. 겸댕아 안녕, 고생 많았어, 앞으로 더 사랑해 줄게 이런 말을 했던 것 같다. 

 

후처치는 따끔따끔했다. 어디를 꼬매는 건지 느낌으로는 사실 정확하게 잘 모르겠다. 아픈 것보다는 따끔따끔 소름이 돋는 느낌이었다. 똥꼬 쪽도 꿰매는 것 같아서 혹시나 꿰매고 나서 튀어나온 항문이 안 들어가지면 어떡하지 혼자 그 와중에 고민했다ㅋ,,

 

평소에 사람이 말을 할 때도 힘이 필요하다는 걸 이번에 알게 되었다. 말할 힘이 없어서 진짜 소리만 내는 정도로 간신히 대답만 가능.

 

분만실에서 수액을 맞고, 한동안 누워있다가 병동으로 이동했다.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면서 잠깐 일어났는데 숨쉬기가 버겁다. 임신한 상태로 숨 쉬던 것과 달라서일까? 목까지 잠기는 깊은 물속에서 숨 쉬는 것 같기도 했다.

 

출산하면서 힘을 주느라 그랬는지 체온이 높게 나와서, 캥거루케어와 모유수유를 바로 할 수 없었다. 코로나19 등 감염 위험이 있기 때문에 일단 아기는 신생아실에 있고 면회도 할 수 없었다. 오빠와 나는 출산하러 왔을 때 들어오려고 신속항원검사도 정상으로 나왔지만, 코로나19 검사, 독감검사를 하느라 코를 2번이나 더 찔러야 했다.

 

다행히 8pm 쯤에는 체온이 정상이고, 검사 결과도 다 음성이 나와서 드디어 아기와 다시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너무 작고 소중한 내 아이를 보는데, 진짜 내 뱃속에서 나온 게 맞나 싶었다. 정말 신기하고, 감사하고, 벅찬 마음이 들었다.


출산 직후에 가장 힘들었던 것은 항문이었다. 임신 후기가 되면서 치핵이 생겨서 너무 아프고 불편했는데, 출산하면서 이전과 비교가 되지 않게 체리만하게? 튀어나와서 고통스러웠다. 그 외에는 그래도 괜찮았던 것 같다. 좌욕도 엄청 열심히 하고, 푸레파인(치질연고)도 열심히 바르면서 1주일 정도 되니까 그나마 아픈 것은 나아졌고, 1개월 지나서는 튀어나왔던 것도 다 들어간 것 같고, 많이 호전되었다. 그 이후에는 임신 전처럼 특별한 이상은 못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지금 지나서 돌이켜보면 진짜 내가 어떻게 낳았나 싶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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