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 메모장에 틈틈이 적어두었던 출산 기록을 블로그에도 남겨봅니다.
분만하러 병원에 도착한 이후의 내용은 출산 후에 잊지 않으려고 병원에서 이어서 기록한 일기입니다.
D-6
산부인과 정기검진을 받았다.
지난 3주간 태동검사를 할 때마다 애기가 잘 안 논다고 중간에 사탕도 먹고, 1시간을 검사했던 것 때문에 오늘은 병원 올라가기 전 1층에서 아이스티를 한껏 삼키고 병원에 올라갔다.
겸댕이도 아이스티를 좋아하는지 아주 태동파티파티로 처음으로 아기가 잘 안 논다는 얘기 없이 태동검사를 마쳤다!!
아니 근데 집에서 배가 돌처럼 굳고, 얼굴터질듯이 숨쉬기 힘들게 수축도 왔었는데 왜 병원에서 태동검사할 때는 잔잔한지..?
원래 계획은 내가 먼저 태동검사를 하고 있으면 오빠가 와서 같이 진료실 들어가는 거였는데, 한방에 태동검사를 성공하면서 나 혼자 진료실에 들어가게 되었다.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지만 첫 내진,,너무 아팠다.
나는 오늘 겸댕이 나오는 줄 알고 덜덜 떨면서 병원 가고, 오빠한테 짐 가지고 올 준비하고 있으라 했더니만 의사 선생님이 자궁문 1도 안 열렸다고 한다🥸??
아무 일 없이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오빠랑 집에 올라갈 때 같이 계단으로 올라갔다..+코스트코 걷기운동
D-5
00:28쯤 이슬? 내진혈? 비침
태동이 아주 씩씩하다!
배에 팔올리고있는데 내 팔이 들릴만큼 겸댕이 힘이 쎄졌다🙊
D-1
아무 소식이 없는 것 같은 겸댕?? 아침에 일어났는데 골반으로 더 내려온 건지 뚝뚝거리고 관절에서 딱 소리가 남. 다리가 떨어져 나갈 것 같이 가랑이가 뻐근하고 아픔
아침엔 콩나물국에 밥 말아먹고 점심엔 콘푸로스트 먹고, 저녁엔 참김과 돈가스정식(치돈+쫄면)에 찹쌀꽈배기 세트 시켜서 엄청 먹음
8pm 이슬 비침(팬티에 피살짝+휴지에 엷게 피색 섞인 점액) + 가진통 시작?(생리통처럼 아랫배랑 허리가 싸르르 아프면서 배가 땅땅하고 숨쉬기 어렵게 아픈 느낌. 40-60초 정도 지나면 멀쩡해짐)
D-day
겸댕이 오늘 나오려나?!
어제 이슬 비친 이후부터~지금(02:30)도 10분 정도 간격으로 진통이 있는데, 잘까 말까 고민이 된다😂
일단 오빠는 먼저 자라고 재웠는데 피곤했는지 코 골며 잘 잔다,,
혼자 진통올 때마다 자세를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ㅠㅠ진통이 지나가면 살겠다는 게 이 느낌이구나..!
원래 열두 시쯤에 겸댕이가 엄청 노는데 오늘은 움직임이 없길래 걱정했더니 지금 태동폭발이다.. 다행,, 그러나 아픔,,
오늘이 겸댕이를 내 뱃속에서 느낄 수 있는 마지막날일 것 같은 예감이 든다ㅠㅠ갑자기 서운한 마음도 들고ㅠㅠ벌써 독립시키는 기분이야😭 겸댕아 널 품는 기간 내내 엄마는 너무 행복했어 고마워❤️건강하게 만나자!! 엄마도 힘낼게, 겸댕이도 좀만 더 힘내!
3:13 배에서 퍽 소리 남,,? 진통이 7분 간격이 되었다. 거울 보니까 배가 더 텄다🥲
4:26 진통이 6분 간격, 진통 오면 배랑 허리가 아작 날 것 같다.
5:45 진통이 5분 간격
6시 오빠 씻으라 했다. 병원 가야 될 것 같다.
7시쯤 병원도착, NST 수축이 40? 정도로 일정 간격 찍히는 게 보이는데 80은 넘어야 되는 거 아닌가, 아직 아기가 나오려면 멀었나 생각이 드는 순간 80 40 번갈아 찍힘.
NST 30분 정도 본 다음 의사 선생님 내진(마침 내 담당선생님이 당직이셨다..!)
내진 결과,,8cm 열렸다고..🥸?!?!?!?????!??!!
너무 많이 열려서 계획했던 무통, 관장 생략하고 진행되는데, 진통이 올 때마다 소름 끼치게 배랑 허리가 아프다.
간호사 선생님이 똥 마려운 느낌이 들면 부르라 하는데, 수출올 때마다 똥 싸고 싶은 느낌 들어서 불렀더니 내진하고 9cm이라 한다.. 발 밑에서는 분만 기구들 준비 중이고, 나는 수축이 올 때마다 힘주라 해서 오빠 손을 잡고 힘을 줬다.
9시쯤 간호사 선생님들이 나갔다가 조금 뒤 다시 오시더니, 수축 오면 힘줘보라고 하면서 간호사선생님이 내진을 하면서 아기 잘 내려오라고 양수를 터뜨렸다. 통증 같은 건 없는데 느낌이 뭔가 꼬집어 뜯는 것 같았다. 몇 번 그런 느낌이 들다가 다리 사이로 뜨거운 물이 주룩 흘렀다. "어.. 뜨거워요" 했더니 양수가 터졌어요 산모님 이러는데 '간호사 선생님이 터뜨렸잖아요;' 혼자 생각했다.
이후로 확실히 수축간격이 훨씬 더 빠르고 강도도 세진 느낌이었다..
오빠가 옆에서 팔이랑 손을 잡아주는데, 오빠를 바라볼 힘도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진통을 겪고 숨 쉬고를 반복했다.아파서 정신이 없고, 힘주기 자세로 도저히 힘을 못 주겠는데, 힘을 주라고 한다.
솔직히 몇 번 똥 싸듯이 힘주면 쑥 내려오는 줄 알았는데, 그 정도로는 어림도 없는 건지 진짜 내장 다 튀어나올 정도로 힘을 줘야겠다는 느낌으로 힘을 줘야 했다.. 관장도 안 해서 그렇게 힘줄 때마다 똥이 계속 나오는데ㅠㅠ간호사 선생님이 계속 닦아주고 까는 기저귀를 계속 갈아주면서 아기 머리 보인다고 힘주라고만 한다. 미안하고 민망한 마음도 들었지만, 그 순간에는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진짜 그냥 그럴 정신이 없다.
한 사람은 질입구를 넓히는 느낌으로 휘적거리면서 힘주라 하고 있고, 다른 한 사람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끌듯이 배마사지?를 했다. 배마사지 때문인지 진짜 수축이 바로바로 와서 잠깐 쉬고 싶은데 쉴 시간도 거의 없이 계속 힘주기를 해야만 했다.
정신이 들 때마다 '하나님 산도부터 겸댕이를 인도해 주세요, 겸댕이의 길을 인도해 주세요', '겸댕아 좀만 더 힘내.'하고 계속 계속 맘속으로 기도하고 외치면서 힘을 줬다.
진짜 정신이 하나도 없고, 나 이러다 어떻게 될 것 같다 싶을 때, 옆에서 오빠가 손을 잡아주는 게 그 상황에서는 굉장히 큰 지지체계였다.. 힘주기 할 때 머리를 앞으로 세워야 하는데, 연습 좀 하고 갈 것을,, 나는 뒤로 힘주고 오빠가 머리를 세워서 받쳐줬다😂오빠가 중간중간 "잘하고 있어", "좀만 더 힘내자"라고 말해준 게 생각해 보니 참 고맙다.
중간중간 산소마스크 벗겨지면 다시 씌워주는데 진짜 그냥 얼굴에 얹어주기만 해섴ㅋㅋㅋ내가 정신없는 와중에 마스크 쓰려고 만지다가 진통 와서 제대로 쓰지도 못하고, 얼굴 위에 그냥 얹어진 채로 있었다ㅋㅋㅋ
(출산하고 나서 물어보니까 오빠가 나 힘줄 때 얼굴 터지는 줄 알았다고 했다, 그리고 머리 힘 진짜 쎄다고ㅋㅋㅋㅋ그렇게 얼굴로 힘을 많이 줘서 그런지 얼굴혈관 곳곳이 터져있고 왼쪽 눈 안쪽 혈관도 터졌다)
힘주기를 하다가 진짜 아기 머리가 끼는 느낌이 나는 순간이 딱 왔다. 이 전에 힘주기 도중에 아래를 분만대로 바꾼다고 다리 내리지 말라 하고 소독포를 깐다 했었다. 그리고 '애기가 곧 나오려나보다, 의사 선생님은 언제 오시려나?' 짧게 생각하고 수축이 계속 와서 힘주기를 하는데, 이제까지와 다른 느낌으로 뭔가 기구를 대면서 내진하는 느낌이 들면서 미끄덩한 게 쑥 빠져나갔다. 그리고 그 순간 진통이 싹 가셨다.
09:46 아기가 태어났다.
"흥에에ㅔ-" 겸댕이 소리가 들렸다. 너무 예쁜 소리였다..!!!
오빠가 눈물을 글썽이면서 울먹이는 목소리로 "아기 태어났어, 고생 많았어" 하는데 나까지 눈물이 났다. 보이지는 않지만 내 배 위에 올려진 겸댕이는 정말 뜨겁고 작고 몽글했다..
오빠가 첫 목욕을 시켜주는데, 배가 아파서 일어날 생각도 못 하고 있었는데, 겸댕이를 볼 생각을 하니 몸이 일어나졌다. 나도 이제 엄마가 됐구나 싶었다.
이제 다 끝났다 생각하고 있는데, 태반이 나와야 된다고 배를 만진다더니 수축이 뙇 와서 아기 낳을 때와 버금가게 아팠다.. 겸댕이 간단히 검사 후 내 품에 안겨줘서 겸댕이와 처음 인사를 했다. 겸댕아 안녕, 고생 많았어, 앞으로 더 사랑해 줄게 이런 말을 했던 것 같다.
후처치는 따끔따끔했다. 어디를 꼬매는 건지 느낌으로는 사실 정확하게 잘 모르겠다. 아픈 것보다는 따끔따끔 소름이 돋는 느낌이었다. 똥꼬 쪽도 꿰매는 것 같아서 혹시나 꿰매고 나서 튀어나온 항문이 안 들어가지면 어떡하지 혼자 그 와중에 고민했다ㅋ,,
평소에 사람이 말을 할 때도 힘이 필요하다는 걸 이번에 알게 되었다. 말할 힘이 없어서 진짜 소리만 내는 정도로 간신히 대답만 가능.
분만실에서 수액을 맞고, 한동안 누워있다가 병동으로 이동했다.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면서 잠깐 일어났는데 숨쉬기가 버겁다. 임신한 상태로 숨 쉬던 것과 달라서일까? 목까지 잠기는 깊은 물속에서 숨 쉬는 것 같기도 했다.
출산하면서 힘을 주느라 그랬는지 체온이 높게 나와서, 캥거루케어와 모유수유를 바로 할 수 없었다. 코로나19 등 감염 위험이 있기 때문에 일단 아기는 신생아실에 있고 면회도 할 수 없었다. 오빠와 나는 출산하러 왔을 때 들어오려고 신속항원검사도 정상으로 나왔지만, 코로나19 검사, 독감검사를 하느라 코를 2번이나 더 찔러야 했다.
다행히 8pm 쯤에는 체온이 정상이고, 검사 결과도 다 음성이 나와서 드디어 아기와 다시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너무 작고 소중한 내 아이를 보는데, 진짜 내 뱃속에서 나온 게 맞나 싶었다. 정말 신기하고, 감사하고, 벅찬 마음이 들었다.
출산 직후에 가장 힘들었던 것은 항문이었다. 임신 후기가 되면서 치핵이 생겨서 너무 아프고 불편했는데, 출산하면서 이전과 비교가 되지 않게 체리만하게? 튀어나와서 고통스러웠다. 그 외에는 그래도 괜찮았던 것 같다. 좌욕도 엄청 열심히 하고, 푸레파인(치질연고)도 열심히 바르면서 1주일 정도 되니까 그나마 아픈 것은 나아졌고, 1개월 지나서는 튀어나왔던 것도 다 들어간 것 같고, 많이 호전되었다. 그 이후에는 임신 전처럼 특별한 이상은 못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지금 지나서 돌이켜보면 진짜 내가 어떻게 낳았나 싶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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